스페인 디지털 미디어 회사 인턴십

학부를 졸업하고 석사 과정을 시작하기 전 약 3개월이라는 시간이 있었다. 이 시간을 그냥 의미없이 보내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좀 더 생산적으로 보낼 방법을 고민하다가 인턴십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마침 학교 온라인 게시판에서 발렌시아에 위치한 디지털 미디어 회사의 여름 인턴십 공고를 발견하게 되었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이 참에 스페인 문화도 배우고 관련 경험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발렌시아는 스페인에서 3번째로 큰 도시로 해변가와 오렌지, 그리고 파에야의 본고장으로 유명한 도시이다.


기본적인 스페인어를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요구사항이 있었지만 ‘까짓 것 배우면 되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턴십을 시작하기까지 약 5개월이라는 시간이 있었고 이 기간 동안 스페인어를 배우면 된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이력서와 커버 레터를 이메일로 보낸 뒤 담당자와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인턴십 날짜를 포함한 여러 사항들을 조정하였다. 2013년 5월 말, 논문을 제출하고 노팅엄에서의 생활을 정리한 후 발렌시아로 떠났다.

내가 일했던 Summon Press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과 디지털 콘텐츠를 생산하는 미디어 회사로 저널리즘, 광고,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전문가들이 팀을 구성하고 있었다. 팀원들의 연령층이 2,30대라 그런지 대체로 업무 환경과 분위기에서 젊은 에너지가 느껴졌다. 인턴들을 위한 트레이닝 세션이 정기적으로 열렸고 소셜미디어 마케팅과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SEO 테크닉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인턴십을 시작하고 처음 맡은 일은 회사가 운영하는 웹사이트의 장단점을 분석한 뒤, 어떤 점들을 향상시켜야 하는지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었다.


트레이닝 세션을 통해 SEO 테크닉 관련 툴(Google Instant, Google Trends, Google Key words, Google Webmaster) 사용법을 익힌 뒤, 해당 툴을 이용하여 온라인 콘텐츠를 검색엔진에 최적화시켜는 업무를 주로 맡게 되었다.

이외에 맡았던 업무들은 다음과 같다.

  • Google Analytics를 이용해서 매달 회사가 운영하는 웹사이트의 방문자 수를 분석하고 성과 평가하기
  • 회사 웹사이트가 다루는 주제에 맞게 영어로 기사 작성하기
  • 영어 기사를 한국어로 번역하기
  • 마켓과 경쟁 웹사이트들에 관해 리서치하기
  • 사람들이 관심 있는 키워드가 무엇인지 조사하고 콘텐츠 주제에 대한 아이디어 제안하기
  • 회사 소셜미디어에 올릴 인포그래픽과 구글 플러스, 페이스북 커버 포토를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디자인하기

발렌시아에서 지내면서 영국과 다른 스페인 문화를 알아갈 수 있었다. 특히 스페인 회사에서 일하면서 신기했던 부분은 9시에서 9시 30분에 출근을 해서 11시 정도에 알무에르쏘(almuerzo: 브런치)를 가지는 거였다. 30분 동안 함께 일하는 사람들 모두 밖에 나가 간단한 식사를 한 뒤, 사무실로 돌아와 다시 일을 하다가 2시 정도에 점심 시간을 가진다. 그리고 낮잠을 자는 피에스타 동안에는 대부분의 상점들이 문을 닫고 5시부터 다시 오픈한다. 이런 모습들은 한국과 영국에서 볼 수 없는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였다.

인턴십을 하는 동안 포르투갈,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등 다양한 국적의 인턴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대부분의 인턴들은 모국어 말고도 2개 이상의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었는데 이는 영어와 한국어 외에 다른 외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강한 동기를 주는 자극제가 되었다. 이들은 대학에서 스페인어와 국제무역 또는 비즈니스 관련 분야를 전공하고 있었고 여름 방학 동안 인턴십을 하러 스페인에 온 것이었다. 본래 살던 곳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일을 하다 보니 기본적으로 오픈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고 새로운 문화에 대해 알아가는 걸 좋아하는 경우가 많았다. 영국에서 공부하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영국 사람들이 생각보다 외국인에게 배타적이라는 점이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다른 문화에 관심도 없고 배우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영국 사람들을 자주 봐왔기에 이런 친구들을 만난 게 행운으로 느껴졌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발렌시아에 온 목적 중 하나는 여름 휴가를 즐겁게 즐기자는 것도 있었다. 영국에서는 부족한 일조량 때문에 당도 높은 과일을 찾기 어려운데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설탕만큼 단 수박과 오렌지를 원 없이 먹을 수 있었다. 파에야(Paella)와 타파스(Tapas)도 하루도 빠짐없이 즐겼고 영국에서는 바빠서 가지 못했던 페스티벌과 클럽, 이벤트를 함께 일하는 인턴들과 마음껏 다녔다. 또한 해변가가 가까이에 있어서 원하면 언제든지 수영과 선탠을 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은 영국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유학 생활을 했던 나 스스로에게 주는 보상과도 같았다.

모든 인턴들은 인턴십 마지막 날에 자신이 맡았던 업무와 성과, 느낀 점 등을 포함하는 프레젠테이션을 반드시 해야 했다. 프레젠테이션 형식과 주제는 인턴 스스로 자유롭게 정할 수 있었다. 나는 회사 웹사이트 SWOT 및 Google Analytics를 이용하여 분석한 성과를 발표에 포함시켰다. 또한 인턴십을 하면서 습득한 부분들을 Skills, Knowledge, Psychological Aspects 이렇게 세분야로 나누어서 발표하였다.

  • Skills 측면에는 SEO 테크닉, 리서치 스킬,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능력, 기본적인 스페인어 실력, 영문 기사 작성 스킬들을 넣었다.
  • Knowledge 부분에는 아티클을 작성하려면 해당 주제에 대해 많은 리서치를 해야했는데 이 과정에서 얻은 지식들을 언급하였다. 예를 들면 잡 서치에 관한 어드바이스를 제공하는 웹사이트에 올릴 기사 작성 업무를 맡은 적이 있었다. 퍼스널 브랜딩과 잡 서치를 위한 소셜미디어 활용법에 대한 주제를 리서치를 하면서 스스로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스페인 문화 및 업무 환경에 대한 지식도 섹션에 포함시켰다.
  • 마지막에 Psychological Aspects 섹션을 넣었다. 개인적으로 스페인에 오기 전 정신적으로 많이 지쳐있었고, 그동안 인턴십과 졸업 프로젝트를 병행하면서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된 느낌이었다. 스페인에서 함께 일했던 매니저와 동료들은 내가 회사 업무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었고 스페인의 화창한 날씨와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 다양한 문화 이벤트들은 정신적으로 재충전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프레젠테이션을 마친 후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스페인식 키스로 작별 인사를 했다. 이렇게 3개월간의 Summon Press에서의 인턴십은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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