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팅 컨템포러리 디자인: 디자인 프로젝트 기획 ‘Sense of the City: London’

대학원에서 큐레이팅 컨템포러리 디자인(Curating Contemporary Design)을 전공하는 동안 기획했던 ‘Sense of the City: London’를 소개합니다. 기획부터 홍보, 실행까지 모두 직접 총괄해서 그런지 애정이 많이 가는 프로젝트입니다.

석사할때 ‘논문’만 쓸지 or ‘논문+직접 project 기획’할지 둘 중에 하나를 택하라고 했었는데요. 저는 직접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해보면 얻는 게 많을거라 생각해서 후자를 택했습니다. 가끔 졸업할때 둘 중 어떤 걸 택해야 할지 고민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보통 영국 석사 과정이 1년이고 언어 장벽 등 여러가지 이유로 직접 프로젝트를 기획해보는 게 엄두가 안난다고 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같은 경우엔, 석사하기 전부터 직접 큐레이팅을 하는 걸 목표로 세워서 1년짜리 타임라인을 미리 짜놨었어요. 대학원 시작하고 나서는 강의 수강 및 그룹 워크를 하면서 나중에 어떤 주제로 졸업 프로젝트를 할지 계속 생각했었고요. 주제가 어느정도 정해졌을 때 그걸 실행할 수 있는 프로세스와 방법론을 고민해봤어요. 이렇게 하다 보니 남들은 주제 정하고 리서치하고 레퍼런스 찾을 시간에 전 바로 콜라보레이터 찾아서 프로젝트를 실행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종종 궁금해 하는 분들이 있어서 한번 적어봤습니다.

‘Sense of the City: London’는 대략 6개월 동안 작업했고 일반 시민(public)들과, 디자이너, 작가, 나레이터(voice-over)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함께 협력하여 완성한 프로젝트입니다. 디자이너에게 보낼 커미션 브리프(commissioning brief)부터 작가들을 위한 가이드라인, 홍보 및 Press Release까지 모두 스스로 작성했고 액티비티에 참여할 사람부터 디자이너, 작가, 보이스오버 모집 및 선정까지 저의 손길이 거치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Sense of the City: London’은 디자인을 통해 로컬 커뮤니티를 참여(engage)시키고 그들의 주변 환경에 대한 시각을 확장하며 다양한 감각을 활용하여 도시 환경(Urban Landscape)에 대한 담화를 오픈하고자 하는 게 목적입니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기 전부터 제가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큐레이팅 방식이었어요. 특정 주제에 해당하는 physical objects를 카테고리화(categorise) 해서 전시하는 전통적인 큐레이팅 방식이 아닌 디자인의 사회적 기능과 참여자의 경험에 초점을 맞춘 큐레이팅을 시도해보고 싶었습니다.

아이디어 및 콘셉트 기획에 있어서는 당시 트렌드와 제가 평소에 관심 있었던 분야에 집중했고 이는 5가지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 감각을 활용한 경험 (Sensory Experience)
  • 도시 환경 (Urban Environment)
  • 디자인의 사회적 기능 (Social Function of Design)
  • 팩션 (Faction: fact+fiction)
  • 사회적 참여 프로젝트 (Socially-engaged Project)

런던을 택한 이유는 런던이라는 도시 자체가 주는 흥미로운 요소들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예를 들면 과거와 현재, 여러 문화와 인종이 공존하고 구(borough)마다 각각 다른 특색을 가지고 있는 부분 등)

리서치를 하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 ‘런던이라는 도시를 하나의 커다란 극장(theatre), 무대 또는 캔버스라고 보면 어떨까?’ 였어요.

그 뒤로 ‘사실(fact)과 허구(fiction)의 경계선을 희미하게 만드는 Factional Storytelling을 런던이라는 도시로 끌어온다면 어떤 내러티브가 탄생될까?’

‘대중(관객)들이 최종 작품을 만들어내는데 직접 관여할 기회를 주고 싶은데 이 부분에서 디자인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사람의 감각을 이용하면 더욱 흥미롭고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등 아이디어가 여러 방향으로 확장되기 시작했습니다.

프로젝트의 아웃라인을 어느 정도 구체화한 뒤에 함께 일할 디자이너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런던에서 디자이너이자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Melody Vaughan과 함께 콜라보레이션을 하게 되었어요. 디자이너에게 런던의 한 구역을 선정하고 커뮤니티를 참여(engage)시킬 디자인 리서치 질문과 디자인 액티비티(design materials/tasks)를 제작해달라고 부탁(commission)했습니다.

디자이너는 런던의 많은 지역 중에서 금융의 중심지로 유명한 City of London을 선택했는데, 그 중에서도 Smithfield Market, St Bartholomew’s Hospital, St Bartholomew the Great 교회를 포함한 작은 구역을 선택했습니다. 이곳은 많은 런더너에게 익숙한 바비칸 센터와 지하철 Farringdon 역과 가까운 곳입니다.

Smithfield Market and St Bartholomew’s Hospital

디자이너가 이 곳을 선정한 이유(rationale)는 다음과 같습니다.

“시티 오브 런던은 런던 내에서 대조적인 것들로 가득한 매혹적인 소우주입니다. 고대와 현대가 공존하고, 상업과 금융의 중심지로서 런던에 없어서는 안 되는 곳으로, 철저히 도시적이지만 종종 기괴하리만큼 비어 있습니다.

저는 이 모순과 이중성에 매료되었습니다. 특히 시티에는 2개의 커뮤니티가 있습니다: 소규모의 영구적으로 거주하는 인구(약 7000명)와 일시적으로 머무는 인구 (예: 통근자들, 300,000명). 이 두 공동체는 어떻게 공존하고 있을까요? 그들은 시티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을까요? 이 장소와 관련된 그들의 경험과 기억은 무엇일까요?”

“The City of London is a fascinating microcosm within London, a place of contrasts: its contradictions of ancient and modern, the way it is integral to London, as the focus of commerce and finance, but slightly apart, how it is thoroughly urban and yet is often eerily empty.

I am fascinated by these contradictions and dualities, in particular how the City has two communities: the small permanent population (of around 7000 people) and the larger transient workforce of 300 000 people. How do these communities co-exist? How do they view the location? What are their experiences and memories of this place?”

이렇게 해서 완성된 프로젝트는 3가지 단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Stage 1: Investigate

  • London Smithfield 지역에서 디자이너와 큐레이터의 안내 하에 일반 시민들을 상대로 감각(sensory experience)을 이용한 액티비티를 가졌습니다. 참여자들은 액티비티 팩(activity pack)을 받게 되는데, 여기에는 지도, 포스트잇, 펜, 스티커, 여러 질문이 적힌 카드, 뷰파인더(view finder), 액티비티 중에 발견한 것들을 담을 수 있는 작은 티백 등이 들어 있습니다.

  • 또한, 참여자들에게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거나 사운드를 녹음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참여자들은 대략 30-40분 동안 Smithfield를 explore 한 뒤, 만나기로 한 장소로 다시 돌아와 수집한 것들을 지도에 기록하고 다른 사람들과 느낀 점을 공유하였습니다. (참여자들의 액티비티 결과물을 더 보고 싶다면: 지도, 액티비티 카드, 이미지, 사운드 파일)
  • Stage 1: Investigate 액티비티에 참여하신 분들이 대부분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셨는데요. 자신의 모든 감각을 활용하여 런던이라는 도시를 새로운 방식으로 탐구할 수 있었고, 평소에 쉽게 지나쳤던, 놓치고 있었던 도시의 디테일한 요소들을 발견하는 흥미로운 경험이었다고 말해주셨습니다. (여기 링크로 가시면 더 많은 피드백을 보실 수 있습니다.)

Stage 2: Re-imagine

  • Stage 2는 작가(writers)들과 작업을 하였습니다. Stage 1에서 참여자들이 제작한 지도와 이미지, 사운드 파일 등에서 영감을 받아 London Smithfield에 관한 짧은 스토리를 단편 소설, 시, 수필 등 여러 가지 형태로 창작해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  Stage 2: Re-image에 참여했던 작가들과 결과물

No photo description available.

Stage 3: Explore

  • 작가들의 창작물을 뉴스페이퍼사운드 워크 형태로 제작하여 배포하였습니다. 작가들의 작품이 담긴 뉴스페이퍼는 Smithfield에 있는 카페, 펍, 스트릿에 배포되었고 보이스오버가 녹음한 오디오 파일은 웹사이트에 올려서 누구나 다운받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매일 보고 지나치는 스트릿과 건물들, 일상적인 주변 환경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상상력을 자극할 기회를 주면 좋겠다는 의도에서 이런 결과물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온라인 전시를 통해 프로젝트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탄생하였는지도 보여주었습니다.

어려웠던 부분 & 느낀 점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저의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전반을 총괄하면서 그동안 인턴십과 학위 과정을 통해 배운 것들을 직접 적용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어려웠던 점은 오디오 및 사운드 작업과 관련된 경험이 없어서 레코딩 스튜디오를 선택하는 것부터 보이스오버들에게 디렉션을 주는 것까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또한, 콜라보레이터들이 모두 네이티브 스피커들이라 외국인으로서 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고요. 이런 부분은 최대한 이메일로 미리 숙지해야 할 부분은 공지하거나 일대일로 만나서 설명하려는 노력으로 보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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