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강의 – 다이어리 & 생각 노트

대학교에서 마케팅 강의를 맡았을 때 일부러 시간을 쪼개서 학생 면담을 넣었다.

이게 가능했던 건 한 강의 당 학생 수가 20명 내외였고 무엇보다 초짜 강사에게 마음대로 커리큘럼을 구성할 수 있는 자율권을 주신 교수님 덕분이었다.

(이 분은 연배가 우리 아빠와 비슷하신데 오픈마인드와 리스크를 감내할 용기를 가진 분이었다.)

아무튼, 소중한 강의 시간의 일부를 학생 면담으로 정했던 건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너무 뻔한 경험이 되지 않길 바래서 였다.

내가 대학생이던 시절을 되돌아보면 가르치는 사람은 말하고 학생은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는 수동적인 강의가 얼마나 효과가 있었을까?

나 홀로 벽에 이야기하는 느낌으로 3시간을 보낸다면 그것도 참 끔찍하지 않겠는가?

내가 하는 말이 허공에 의미 없이 사라지는 시간은 헛될 뿐이었다.

가르치는 사람이 즐거우면 상대방도 영향을 받는다.

그럼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에게 그 친구들이 그저 학생이 아니라 인간으로 보여야 했다.

그냥 시간이 됐으니까 와서 앉아 있는 학생들을 보러 가는 게 아니라 친구 만나러 커피숍에 가는 것처럼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상대방과 관계를 형성하고 싶다면 그 시작은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거다.

모든 사람은 자기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스토리를 알게 되면 그 친구들이 20대 초반의 학생이 아니라 나와 대등한 어른, 인간으로 보이는 거다.

인간은 누구나 마음속에 꿈틀대는 무언가를 가지고 산다.

하지만 이런 걸 이야기할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는 거 같아도 그 친구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재능 많고 흥미로운 아이디어로 가득하다.

학생들의 관심사를 알고 나면 강의 내용에도 적용할 수 있다.

리서치하다가 마주친 아티클이 있으면 `그 친구가 이거 관심 있다고 했는데` 하면서 다음 강의에서 `요즘 이런 게 있데` 하면서 알려주는 것처럼.

전공에 흥미가 없고 졸업하면 다른 일을 하겠다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래도 비싼 학비 내고 자리에 앉아 있는 거면 자기가 좋아하는 거나 앞으로 하고자 하는걸 어떻게 해서든지 전공과 연관시키면 뭐라도 얻어가지 않겠나.

마케팅은 어느 분야나 다 적용될 수 있으므로 배워두면 유용한 학문이다.

아무리 수업에 흥미가 없어도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와 관련시키면 관심이 가게 되어 있다.

인성 좋고 열정 가득한 친구들이 많았다.

면담할 때 눈을 반짝 반짝거리며, ‘교수님 강의 많이 기대하고 있어요`라고 말해서 `좋은 기분+약간의 부담`을 안겨주었던 친구들.

나에게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집중하며 수업을 들었던 친구들.

새롭게 시도하는 강의 방식이라 익숙하지 않았을 텐데 그래도 잘 따라와 줬던 친구들을 만난 건 정말 축복이었다.

애들아, 진심 잘 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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