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자본? – 다이어리 & 생각 노트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에 따르면, 대표적인 자본 형태 중 하나로 문화 자본을 언급한다.

그가 말한 문화 자본은 교육을 포함하여 책, 미술품 같은 문화예술 생산물의 향유 능력 등을 말한다.

문화 자본은 가족에 의해 전수되거나 교육체계에 의해 생산된다고 한다.

나는 어려서부터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능력과 안목, 즉 문화 자본을 구축하는데 관심이 있었다.

어렸을 땐, 가정환경 덕분에 풍요롭진 않지만 부분적으로 문화를 (대부분 책으로) 경험할 수 있었고, 성인이 되고 나서부터는 의식적으로 문화를 누리고 더 깊이 배우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게 되었다.

문화 자본을 쌓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구체적인 계기는 잘 모르겠다.

당시에 문화 자본이라는 단어를 알지도 못했거니와 어렸을 때 읽었던 문학책 뒷부분에 보면 작가의 생애가 나와 있었는데 (어려서 어떤 교육을 받았고 무슨 직업을 거쳤으며 누구와 교류했는지 등등)

막연히 그런 작가들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거 같기도 하고, 그냥 문화예술을 즐기는 게 멋있어 보여서 그랬던 거 같기도 하다.

우리 가족은 미술 전시를 보러 간다거나 음악회를 간다든지 문화생활을 즐기는 집은 아니었다.

부모님 모두 먹고 사는 게 바쁘고 매일 해치워야 할 일이 많다 보니 여유롭게 앉아 클래식 음악을 즐긴다든지 영화를 본다든지 그럴 시간이 없었다.

그래도 가족에게 영향을 받아 체득된 문화 자본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어린 시절, 집에서 자주 보고 접할 수 있었던 건 항상 책을 보는 아빠와 책꽂이에 꽂혀있는 수많은 책이었다.

책을 누가 읽으라고 강요해서 읽진 않았다.

집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게 책이었고 심심할 때마다 한 권씩 꺼내서 읽기 시작했다.

실제로 독서는 나의 무료함을 해소하기에 제격이었다.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과 알렉산드르 뒤마의 `몽테크리스토 백작`,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 같이 흥미진진하고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책을 읽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다.

책 읽기는 심심함을 달래줄 용도 외에도 여러 영향을 미쳤던 건 확실하다.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읽고 나서 세상은 넓고 내가 경험해보진 못한 세계와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세계 여행을 하는 상상을 하곤 했었다.

해리엇 비처 스토가 쓴 `톰 아저씨의 오두막`에 깊은 감동을 받아 인종 차별과 노예제도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서머셋 몸의 `달과 6펜스`에 나오는 증권 중개인으로 일하던 주인공이 그림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는 걸 보며 예술이 주는 매력이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어렸을 때 읽었던 문학 작품 중 영국 작가의 책이 많다는 걸 나중에 깨달았다.

영국에 오고 나서 영국 특유의 자연환경과 역사에 대한 지식이 생기면서 예전에 읽었던 책의 배경과 스토리를 다른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배경이 된 요크셔 벌판의 황량하고 스산한 느낌,

`아들과 연인` 작가 로렌스의 고향 노팅엄셔의 광산촌,

디킨스의 저서 `두 도시 이야기`의 무대가 된 18세기 말 혁명기의 런던과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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